아이돌이란 우상과 같은 존재로 인기 있는 존재였다. 어렸을 때 선망의 대상이고 되고 싶은 사람이었으며 꿈이었기도 했다. 항상 어린 시절 친구에게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여주며 얘기했고 친구는 쑥스럽게 대답하며 맞장구 쳐주었다. 기억 속의 어린 소년은 그 때도 참 예쁘고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아이였는데, 루미네가 본 것은 브라운관에서 아름답고, 고혹적이며 말 그대로 미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소년이 청년이 되어가고 있던 모습이었다. 갑자기 이사를 간 어린 시절 친구. 다시 만날 땐 루미네가 아이돌이 되어서 꼭 또 만나자고 했는데, 먼저 아이돌이 된 것은 스카라무슈였다.
혜성같이 등장한 5인조 보이 그룹 아네모(Anemo). 멤버 전원 느낌이 서로 다른 멋진 그룹으로 데뷔부터 세간에서 화제였으며 루미네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 멤버 중 스카라무슈는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였으며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어릴 때도 참으로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얼굴을 잊을 수 있을까? 홀린 듯이 그의 사진을 모으거나 앨범을 사기도 했고 인터뷰를 모으기도 했다. 잡지 모델로 자주 나온 그는 퇴폐적인 얼굴로 많은 인기를 가졌기에 그저 루미네는 팬일 뿐이었다. 어릴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것도 소속사에서 짜준 거려나? 그의 모습으로 나온 각종 굿즈를 쳐다보며 어린 시절을 한번 더 생각했다. 그 때는 루미네가 그에게 유명 아이돌의 노래를 불러주며 꼭 아이돌이 되겠다 했는데, 루미네는 어느새 아이돌이라는 꿈을 접었고 브라운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어린 시절의 친구가 아이돌이 되었다니. 멍하니 브라운관을 바라보며 그가 나오는 예능, 가요 프로그램, 돌려볼 때마다 이게 어린 시절의 예의로 좋아하기 보다는, 그 브라운관의 너머 어린 시절의 친구에게 느낀 루미네의 감정은 어렴풋한 사랑이었다. 돌연 브라운관으로 나타난 친구. 이젠 저 멀리 있어 잡을 수도 없구나, 팬 사인회 같은 곳에 가도 알아 볼리도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첫 팬 사인회도 자기도 모르게 모자까지 눌러 쓰곤 받았고 애초에 스카라무슈에게 있어 자신은 방해일 것 같으니 가만히 있기로 했다.
"다녀왔습니다. 응?" 집에는 오빠가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인물에 루미네는 자빠졌다. "뭐야, 사람을 귀신 본 것처럼 놀라긴." "어... 그... 그니까... 아네모의..." 아네모의 스카라무슈. 그가 왜 눈앞에 있지? "어릴 때 친구를 오랜만에 보니까 기뻐서 자빠졌어?"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니까... 음... 꿈?" "꿈일리가 없잖아, 바~보. 옆집으로 이사 왔으니까 인사 차 온건데 네 오빠가 일이 있어서 나가는 바람에..." "음, 그니까... 어... 아!!!" 황급히 루미네는 방으로 가서 굿즈를 정리해야했다. 절대 들키면 안돼! 들킬 수 없어! 몰래 이렇게 많이 모은 것도! 힘들게 친구까지 동원해서 산 한정판 인형 굿즈도 들킬 수 없어! 루미네는 빠르게 굿즈를 전부 박스에 넣기 시작할 때, 황당한 루미네의 행동에 스카라무슈가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다른 사람이라면 남의 방을 본다는 행동은 예의가 아니니 하지 않았겠지만 스카라무슈는 본래 그렇게 예의 바른 사람도 아니었기에 루미네가 열어둔 문 틈 덕에 그 문 안을 보게 된다. "뭐야." "어." "흐응..." 스카라무슈의 눈 앞에 있는 건 아네모의 전원이 찍힌 것도 아닌 자신만 나온 포스터, 루미네가 끌어안고 있는 건 단 천개만 생산한 한정 인형, 책상에 엎어진 건 스카라무슈 포토 카드, 챚꽂이에 꽃힌 아네모 앨범, 아니 애초에 본인이 왔으면 알아봤을 건데 커다란 포스터에 그의 친필 사인. "아... 우아아아아아!!!!" "?" "이제틀렸어정말끝이야들켜버렸으니어쩔수없어난최악이야" 패닉 상태의 루미네를 보던 스카라무슈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하, 어릴 때부터 네가 아이돌을 그렇게 좋아해서 캐스팅에 덜컥 아이돌이 된건데... 아이돌로 만들어준 장본인이 이렇게 삐끄덕거리면 어떡해?" "뭐?" "너 아니었으면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응?" "아이돌이 되면 언젠간 너를 만날 것 같았지." 루미네를 스카라무슈가 침대에 쓰러뜨린다. "근데 네가 내 팬이라고는 생각은 못했네." 밉살스럽게 웃는 스카라무슈, 어릴 때 이런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그런 생각할 때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깊게 키스하며 루미네의 호흡을 빼앗듯이 한 키스는 이윽고 만족했는지 떨어진다. "정말 귀찮은 걸 하게 만든 장본인이니까 책임져."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이돌이연애라니절대난용납못해!!!용납못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루미네를 보며 스카라무슈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뭐라 하는거야? 네가 내 첫사랑인데." 스카라무슈에게 있어서 루미네는, 집안이 미쳐돌아가는 와중에 항상 그에게 많은 걸 묻지 않고 상냥하게 대해준 아이. 항상 예쁘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선, 유행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불러주고 루미네의 집에서 같이 브라운관으로 아이돌을 보았다. "왜, 그럼 더 증명해 줘?" "아니! 아니!!!! 난 괜찮, 으니까!!!" 황급히 스카라무슈를 방에서 내쫓은 루미네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어린시절 친구는 어느순간 브라운관에 혜성처럼 나타난 아이돌이었고, 어린 시절의 그 분위기와 다르게 귀에는 피어싱, 초커... 전혀 다른 분위기인데 루미네는... 루미네는 침을 꿀꺽 삼키고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 브라운관 속에 나오는 아네모 그룹의 비주얼 담당이고 귀에 피어싱에 초커에 하고 있는 그 스카라무슈가 어린 시절 친구인 스카라무슈고, 그리고는 자신보고 첫사랑이라고 고백했는데 이게 맞나? 아니 애초에 아이돌이 사랑하는건 범죄야 범죄! "루미네? 문 좀 열어!" "혼자 있고 싶으니까 나가주세요." "뭐?" 받아들이기 힘든 루미네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고 다음 날부턴 집에 자유롭게 출입한 스카라무슈가 먼저 집에 와서 루미네의 방에서 그의 인형을 가지고 있다거나 피식 웃고 있었다. "나가!!!!" "내가 왜!" "부끄럽단 말야..." 루미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었다. 귀까지 붉어진 걸 보니 굉장히 부끄러운건지 창피한건지 자신도 알 수 없다. "이렇게 모으는 거 부끄럽단 말야, 남에게 보여주는거... 특히 당사자에겐..." "그래?" 스카라무슈가 루미네를 침대로 쓰러뜨린다. "지금부터는 '아이돌' 스카라무슈가 아니고 '개인' 스카라무슈의 개인적인 시간이면 되는거네?" "어?" "지금부터는 개인 시간이니까." "잠시만잠시만잠시만 뭐하는 거야!"
그리고 루미네는 다음 날 학교를 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