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리고 깨어난 루미네는 주변을 보았다. 거기에는 알몸으로 자고 있는 스카라무슈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목이 따끔이는 느낌이 들었고, 그걸 만져보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 각인 당했다, 어제의 일은 발정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필름이 끊어진 느낌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여태껏 잘 숨겼다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억제제가 없어서 이런 상황이 일어났다. 따끔따끔, 그리고 목 한구석이 뜨겁다. 기억이 나지 않는데 목에는 지울 수 없는 각인이 그대로 남아버렸다. 분명 자신은 베타로 잘 숨어 지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루미네는 자신의 목을 만지며 당황을 감추지 못했고 잠에서 깬 스카라무슈가 어느새 루미네의 목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좋았어?" 최악이라고 대답조차 못하고 사랑스럽다는 듯 만지는 그 손길, 그리고 고양이 귀를 젖히며 기분좋게 가르릉이는 소리. 어느 것 하나 이게 최악이며 끔찍하다는 것에 루미네는 몸을 떨었다. 신이 있다면 지금 상황을 불과 3일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이거 봐, 루미네. 내 뒷목에 네 이름이 생겼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날카롭게 루미네를 벼랑 위로 내몬다.

몸을 헐떡인다. 다시 찾아온 발정은 루미네를 괴롭게했다. 발정을 제어하는 약이 없어서 계속 헐떡이고 있었고 그걸 스카라무슈는 계속 보고 있었다. 마치 네가 먼저 요구하지 않으면 해주지 않겠다는 듯이 있지만 그 또한 한계에 가깝다. "나도 참는 데 한계가 있어." 절대로 뭘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없이 헐떡이는 루미네. 수컷의 냄새를 풍기는 그와 암컷의 냄새를 풍기는 루미네. 마치 기다림 또한 일종의 예술이라는 것처럼 어떻게든 참아도 참아지지 않는다. "나도 정말 참는데 한계가 있다니까?" 눈을 빙긋 웃은 스카라무슈는 자신이 각인한 루미네의 목덜미를 어루만지자 점점 뜨거워지는 감각에 루미네의 의식이 그대로 날아갈 것 같았다. 이대로 운명에 질 수 없다고 생각함에도 운명은 바꿀 수 없었다. 몸에 새겨진 각인, 그리고 서로의 몸에 남아버린 이름, 결국 자신을 조수가 삼켜버릴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꽉 참고 있는 모습은 스카라무슈를 더 흥분으로 내몰고 있다. "흐응..." 루미네의 원피스 자락을 내린다. 알고 있다. 한때 그 또한 감싸던 광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달콤한 암컷의 냄새가 느껴진다. 이 암컷을 임신시키고 싶다는 욕망, 광기, 그 또한 결국 밀물로 올라온 조수에 삼켜지는 사람이었다. 기분 좋게 꼬리를 세운 그는 똑같이 조수에 휩쓸렸다. 열기는 식지 않는다. 꿈속에서도 루미네가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는 커녕 삐끄덕이며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