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어? 아이돌 그만둔다고? 그것도 결혼이랑 애까지 있다고 발표하면서?" 루미네가 쏘아붙였다. 이건 큰일 날 수준이 아니고 핵폭탄이잖아! 그 말에 스카라무슈는 시선을 피하곤 안들린다는 표정이었다. "그만두는 것도 내 맘이지, 왜?" 그 말에 어처구니 없는데 어차피 미리 해야할 건 다 했다고 스카라무슈는 말했다. 마침 광고 계약도 마지막이고 그룹으로 한 계약도 갱신 직전이기에 상관 없다며 들이 밀었다. "그래서, 결혼은 어디가 좋을까?"

가족 여행은 스카라무슈가 누려보지 못했던 특권이었다. 가족이랄게 없는 수준이니 여행이라고 해봐야 어릴 적 루미네의 가족 여행에 낑겨 온 수준이었다. 운전을 하다가 조수석에서 새근새근 잠든 루미네와 룸미러에 비친 아이를 확인하곤 기분이 좋았다. 정리할 건 정리하고 떠나는 여행은 기분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들뜬다. 어릴 때 루미네랑 같이 여행 갔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지. 전 날 가슴이 뛰어서 잠을 자지 못했다고 루미네에게 말하면 자기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둘이 흥얼이다가 금세 잠들곤 했지.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곤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 좋았다. "루미네, 도착했어." "...응?" 흔들어 깨우자 부스스 깨어나며 눈을 천천히 뜨고 깜빡인다. 차 안의 창문을 내리자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들어와 휘몰아친다. 기분 좋게 들어온 바람, 그리고 바다의 짠내. 이렇게 여행 온 것도 처음이다 싶어 스카라무슈는 차에서 내리고 와서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잡아." "내가 애도 아니고." "넘어질까 그러지." 루미네의 손을 잡고 끌어 당기자, 품에 포옥 들어온다. 폭 들어온 거에 좋아서 손을 깍지 잡곤 허리를 잡아 빙 돌리자 마치 왈츠를 추는 두 사람처럼 되었다. "흐응." 붉게 물든 루미네의 얼굴을 확인한 스카라무슈는 다시 원래대로 놓아주곤 뒷좌석의 문을 열어 아동용 시트를 풀어주고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직 잠에서 깨진 않았는지 색색 자며 깊은 잠에 빠진 아이를 흐뭇하게 보다가 토닥여주곤 수평선까지 펼쳐진 바다를 보았다. 바다를 본 건 수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루미네와 같이 온 것은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어린시절, 두번째는 지금. 노을 지고 있어서 노을이 반사되어 수평선에서 예쁘게 비치고 있었다. 한 팔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론 루미네의 왼손을 잡아보았다. 왼손 약지에 끼여진 반지를 만지니 기분이 좋아져 계속 어루만지자 루미네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걸 알곤 피식 웃은 채 입을 맞췄다. "?" "네가 좋아." 그가 웃었다. "언제까지고." 그 사이 주변이 술렁거린다. 저 사람 말야, 그 유명한 보이 그룹멤버였던 스카라무슈? 아 맞아 갑자기 은퇴했다던 그 멤버? 그 얘기는 스카라무슈를 귀찮게 하기보단 루미네를 좀 불편히 만든다. 그렇게 잘난 아이돌이 이렇게 그만둬도 되는 걸까. 그와 결혼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아이돌의 팬으로 오래 있었기 때문일까. "뭘 그렇게 신경 써." 오히려 보라는 듯 금세 아이가 깨어나니까 아이를 내려주곤 루미네를 잡아 끌어 깊게 키스한다. 짙은 키스에 사람들이 놀라고, 옆을 보며 그는 빙긋 웃었다. 입을 떼어내자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흔들고 있다. "또 해줄까?" "아, 아니..." 이제 그만해도 돼. 루미네는 그렇게 말했고 신기한듯 쳐다보던 관중도 금방 사라진다. 아이돌, 모든 사람들이 브라운관에서 우러러 보는 존재인 그가 팬은 하나도 신경 안쓰고 있다는 건 역시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무슈, 후회해?" "내가 왜 후회해야하는 거야? 어차피 벌 돈도 다 벌었고 너랑 내 아이가 있는데. 난 정말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그래?" "하아... 뭘 또 이런 걸 묻는거야. 내가 널 장난으로 생각하는 줄 알아?" "아, 아니!" "그럼 됐어." 이윽고 바다는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