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마녀 루미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친다. 그리고 또한 나의 사랑하는 마녀 루미네에게 내 모든 것과 존재의 가치, 그리고 사랑을 바친다.

쿠니쿠즈시, 마녀는 죽으면 저 하늘의 별이 되는거야. 하늘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어서 인간을 살피는거지. 그리고 그 별이 떨어지는 날은 다시 태어나는 거란다. 그리고 별이 떨어진 자리엔 다시 태어난 마녀가 있는거야. 그렇게 수천의 세월을 마녀는 영혼만 있다면 살아가는 거란다. 하지만 별이 언제 떨어지는 진 아무도 몰라. 그게 수년, 수십, 수백, 수천... 하지만 만약 내가 죽어서 그렇게 다시 태어난다면 또 다시 인간을 보고 싶어.

인간이란건 역시 최악이야. 결국 너도 이렇게 떠나버렸잖아... 동화 속 이야기 같은 건 없던거야. 인간이란 결국 배신해서 우리 같이 인간이 아닌 것을 경외하긴 커녕 혐오하고 천대하며 죽이잖아? 너도 마녀 사냥으로 죽었어. 나는 네가 언제 돌아오는 지만 기다리고 있는데. 불타는 화염, 소녀로 보이는 마녀를 삼키는 화마. 불타는 와중에도 그녀는 인간을 용서하며 연민했고 또한 사랑했다. 그런 마녀를 그는 바라보며 절규했고 웃으며 한줌의 재로 변하며 별자리의 별이 되는 것처럼 수천의 밤하늘에 그녀의 별이 하나 놓였다. 인간은 재수 없다며 마녀가 있던 곳에 침을 뱉고 마녀를 욕보여, 사역마가 처음으로 인간을 죽이지 않겠다던 마녀와의 약속을 깬 것은 그때였다. 이건 인간이 먼저 선을 넘었으니까.

마녀는 아주 어린 고양이를 주웠다. 어린 고양이는 말그대로 고양이였고 그 고양이가 마음에 든 마녀는 자신의 생명 조금을 나누어 주었다. 애초에 그 생명은 영원이었지만 영원은 너무도 긴 이야기고 마녀는 다시 영혼만 있다면 살아나니 영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고양이를 살렸던 것이다. 작은 생명에게 있어 인간보다 뛰어난 생명체의 짧은 수명이어도 아주 긴 생명이었고 그것은 곧 영구기관과 같았으며 본래 고양이가 되어야할 것은 이윽고 깨어나 말을 할 수 있었다. 원래의 고양이라면 말을 할 수 없지만, 마녀의 지식을 어느정도 이어받았기에 그는 수십의 해가 지난 뒤에는 사람의 모습인 소년의 모습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네가 생각하는 모습이구나." 마녀의 한마디에 소년은 기뻐했다. 애초에 마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생각한 가장 뛰어난 모습, 언젠간 자신이 보았던 어떤 존재와 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마녀가 그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에 좋았던 고양이는 자신이 죽기 직전의 마지막 기억도 떠올렸고 인간을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런 고양이와 반대로 마녀는 인간을 연민하고 사랑했다. 불 같이 살아가는 그들을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는 사랑했던 것이다. "루미네, 마녀는 그러면 태어나는 거야?" "아니. 마녀는 선택 받는 거야." 신에게 어떤 소녀가 선택 받는거지. "그렇다면 루미네도 가족이 있었어?" 그 말에 놀란 루미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쌍둥이 오빠가 있었어. 얼굴이 기억 안날 수가 없어. 쌍둥이라 나랑 똑같은 얼굴이니까. 마녀가 되며 오빠랑 영원히 헤어졌고 이젠 인간에게 찰나의 순간이 지났으니 만날 수 없어." 인간이란 불과 같아. 빠르게 타오르고 빠르게 식어버린단다. 타오르는 불은 이윽고 재만 남길 때까지 타오르는 거야. 그렇기에 인간은 그 짧은 생에 많은 걸 이루고 많은 걸 발전하니까 이토록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니? 마녀의 말은 고양이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녀가 본 것에 인간의 악한 모습은 존재하겠지만 고양이가 본 것은 전부 악한 인간. 고양이를 버리고 고양이는 홀로 살아가고 인간에게 학대 받아 죽어가던걸 데려와 살려 영원함을 포기한 이타적인 마녀는 어째서 그토록 불과 같아 재마저 흩어져 사라지는 인간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지만 고양이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면 어째서 나를 정식으로 사역마로 받아주지 않는거야?" "쿠니쿠즈시, 사역마가 된다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야. 마녀가 정말 믿는 자만 사역마가 될 수 있으며 사역마 또한 마녀를 진실로 믿어야 해. 둘 중 하나가 배신하면 그 끝엔 파멸에 있는 거니까." 그리고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잊을 수 있는 인간과 다르게, 우리 마녀나 너와 같이 영구적인 존재는 아주 큰 일은 기억에 계속 남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네 사역마가 되고 싶어." "너를 사역마로 받아주는 건 네가 인간을 용서하는 날에 해줄게." "윽..." 바로 쿠니쿠즈시가 포기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아버린 루미네는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에게 웃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건 그렇게 수없이 변하는데 사랑해봐야 마녀의 사랑을 알아줄리가 없잖아. 마녀는 마치 말을 조곤조곤 동화와 같이 말한다. 마녀가 죽으면 하늘의 별로 되어 인간을 살피며 인간의 흥망성쇠를 보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이윽고 다시 때가 되면 별이 되어 떨어져서 인간을 직접 보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란다. "그렇다면 루미네는 얼마나 오래 산건데?" "글쎄... 천 이후로는 세어보지 않았네." 고양이는 귀를 쫑긋 세웠다. 인간에게 하는 이야기는 전부 관심 없었지만 마녀가 해주는 마녀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좋아했다. 마녀란 신이 선정한 인간 소녀가 되는 존재로 마녀가 되는 순간 인간 소녀는 초월적 존재가 된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도 있지만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소녀의 모습이기에 가족들이 이를 두려워할 거니 조용히 떠나는 마녀도 많았다. "그렇다면 마녀는 전부 인간을 좋아해?" 쿠니쿠즈시의 이야기에 루미네는 슬픈 표정으로 그건 그렇지 않다고 했다. 최근 이백년간 인간은 마법의 첨단보다 발달한 기술로 마녀의 환상을 부수는 것이 가능하기에 두려움은 결국 무기가 되어 마녀를 사냥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거 봐, 인간은 정말 최악이야." "아니야. 쿠니쿠즈시. 그저 마녀가 무서운 거야. 오히려 마녀보다 약하기에 무서워서 그렇게 표현하는 거야. 고슴도치가 웅크리면 그 가시를 삐쭉 세우는 것처럼." 쿠니쿠즈시에게 마녀는 아름다운 보석이 들어있는 보석함 같았다. 이렇게 이타적인 마녀는 다른 곳에 또 있을까. "세상엔 나쁜 인간만 있는게 아니야." 거짓말. "선하고 좋은 인간도 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너의 사역마가 될 걸 그랬다. "그러니까 인간의 선한 면을 보고 용서해보는거야." 아니 난 절대 용서하지 않아. "쿠니쿠즈시." 처음 네가 날 구해준 그 순간부터, 내 숨이 타올라 멈출 때까지 나는 인간을 용서하지 않아. 마녀가 죽은 재에선 마녀의 머리 장식과 똑같은 꽃이 피었다. 인간이 죽은 재는 남기는 것이 없지만 언젠가 다시 태어날 마녀만 기다리며 고양이는 다시 태어날 그녀가 보면 경악할 그 모든 것을 했다. 인간이란 용서 받을 수 없으니까. 갈등은 해결되지도 않고 그렇게 수없이 많은 세월이 흘러간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 없이 마녀가 남긴 기억과 꽃 하나만 품에 둔 채. 마녀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는 약속은 이미 어긴지 아주 오래였다. 그가 인간을 용서할 리는 없으니까.

옛날 옛적에 마녀가 있었습니다. 마녀는 원래 인간 아이였지만 긴 세월이 쓸쓸해서 친구를 하나 사귀었습니다. 인간 친구는 친절하며 멋졌고 마녀의 멋진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마녀는 인간이 아니였습니다. 자신이 늙어가는데도 늙지 않는 마녀는 두려움이었으니 마녀를 싫어했지만 그럼에도 마녀는 인간을 좋아했습니다. 낡아선 마지막 실이 끊어지고 그 몸뚱아리가 타올라 재만 남아 세계로 흩어져도 마녀는 유일한 인간 친구를 그리워했습니다. 아주 멀리, 저 멀리. 네가 원하는 곳까지 날아가렴. 친구의 재를 바람에 날리면서, 그리고 마녀는 그렇게 불같이 살아가는 인간을 용서하고 사랑하기로 했답니다.

마녀여, 그대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는가?

수십, 수백... 그쯤 되었을 때 세는 걸 포기했다. 마녀 사냥은 계속 되었고 그때마다 마녀 사냥의 주체가 되는 인간을 죽이고, 수없이 많은 인간을 죽이고서야 분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죽은 마녀는 되돌아오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할까. 다시 태어나면 마녀는 고양이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때 어떻게해서라도 사역마로 계약했어야 했는데! 긴 세월이 흘러가자 고양이를 잡아먹는 건 인간을 향한 증오였다. 인간만 아니면 마녀는 죽을 수 없었다. 뭐가 인간이 두려워 해? 그건 자신의 탐욕만 채울 뿐이니까. 루미네, 네가 틀렸어. 맞는건 나야. 언제 다시 또 볼 수 있을까? 다시 만나면 그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리고 인간은 최악이라는 것도. 고양이는 그때부터 완전히 뒤틀려 다른 것이 되었으며 마녀가 다시 태어나기만을, 별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유성우의 밤. 마녀는 다시 태어났다. 고양이가 본 것은 아직 어린 마녀였고 그 모습은 그 때 그 모습에서 어려지기만 했지 그대로였다. 마녀가 죽은 날 처음 울었던 고양이는 두번째로 울었다. 다시 자신의 곁에 영원히 함께하고 싶던 인연이자 사랑이 태어났으니까. 다시 태어난 마녀는 전생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렴풋한 기억도 없고 그저 이전의 삶 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해선 인간일 적 자신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옛날 그에게 해준 쌍둥이 오빠의 이야기도 모르고 인간을 아직 잘 모르는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 혹시 만약 그 옛날을 기억할까 봐 아주 오랜 옛날 마녀가 쌓아둔 책에서 본 극의 이름을 말하기로 했다. "스카라무슈. 그게 내 이름이야. 네 오랜..."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이윽고 거짓말을 했다. "네 오랜 연인이야." 쿠니쿠즈시라는 이름을 버리고 거짓말을 마녀에게 했다. 이전의 삶의 너는 인간을 연민하고 사랑했겠지만 이번 삶부터는 철저히 알려주어서 인간을 증오하게 할 거라며 스카라무슈는 아직 어린 마녀를 꽉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