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행복하고 아주 긴 꿈을 꾼 듯한 이야기와 같았다. 어느 날 온 이세계의 여행자는 그에게 있어 꿈과 같았고 여행자와 있던 시간은 마치 긴 꿈과 같았다. 하지만 꿈에서는 깨어나야하는 법이었기에 돌연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여행자라고 한 소녀는 그를 특별히 아꼈다. 잠시 다녀가는 거라고 해도 인형은 인간 소녀를 좋아했다. 참으로 어여쁜 소녀는 금빛 머리카락을 바람에 나부끼면 빛나고 있었고 머리 위의 꽃도 하나 같이 예쁘며 바람 따라 나부끼는 머플러 또한 아름답다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인형은 생각했다. 소녀에게 배우는 인간, 인간이란 존재를 하나하나 따라하며 감정을 습득하고 소녀에게서 받아가고 배운게 많은 인형은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겼다. "인연이라는 건 만남도 있지만 헤어짐도 있는 거야." "왜?" "사람과 사람이라는 건 옹기종기 얽힌 느낌이지만 결국 서로 싸우기도하고 충돌하기도 하거든, 아니면 타의적으로 떠난다거나 다신 만날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는 거야." "하지만 헤어지는 건 싫은 걸." "그러니 언젠가 너와 나도 헤어질 수 있어. 그렇지만 새로운 인연이 헤어진 인연의 아픔을 덮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여행자 소녀는 말했지만 인형에게 있어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은 떠난다고 말하는 여행자 소녀, 하지만 인형은 그 여행자와 영원히 같이 있고 싶었기에 늘 그 옆에 꼭 쫓아다녔다. "루미네. 하나 약속해 줘." "왜?" "나를 떠나지 말아 주면 안돼?" 그 인형의 말에 소녀는 말 없이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건 대답할 수 없다는 듯. 인형에게 좋은 꿈을 꾸라며 소녀는 달빛 아래에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긴 꿈을 꾼듯한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 버린다. 어느 날 깨어났을 때, 행복한 꿈은 언젠간 깨어나는 것처럼 여행자 소녀는 그의 곁에 없었다. 행복한 꿈에서 깨어난 인형을 기다리는 것은 결코 좋은 현실은 아니었기에, 인형은 언젠가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소녀를 쭉 기다리고 있음에도 소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래된 기다림은 결국 그가 이름을 두번이나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수백년이 흘렀을까, 인형은 그렇게 바라던 여행자를 만나게 되었다. 명성이 자자한 여행자. 수백이라는 세월 동안 만나고 싶던 소녀는 아름다운 인형인 그를 알지 못했다. "안녕, 저명한 이웃나라의 여행자." "누구?"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그 모습, 그걸 깨달은 스카라무슈가 가까이하려 하자 좀처럼 잡히지 않듯이 소녀는 사라진다. "흐응..." 가부키모노, 쿠니쿠즈시, 스카라무슈. 전부 그의 이름. 그녀가 불러주었던 옛적의 자신의 이름을 생각하며 그녀가 말한 인연을 생각했다. 인연이란 건 끊어질 수도 있고 이어질 수 있었지만 스카라무슈와 루미네는 끊어질 수 없는, 다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럼 또 만나자 여행자, 루미네." 마지막으로 할 일을 마치고 멀찍이 루미네를 보던 스카라무슈는 미소 지었다. 그 옛날의 자신이 만나고 또 다시 만나고 싶던 이세계의 여행자. 이번에는 다신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둘은 그가 창조주에게 태어나 만났던 소녀. 영원히 끊어지고 싶지 않던 운명은 아직 이 꿈이 끝나지 않던 것처럼 또 다시 그가 태어났던 섬 나라에서 마주하게 되었다.